나는 어릴 때부터 유연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체육 시간에 앞으로 숙이기를 하면 손끝이 발목에도 닿지 않았고, 다리를 쭉 펴고 앉는 것조차 불편했다. 나이가 들수록 상황은 더 나빠졌다.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보내다 보니 허리는 뻐근했고, 어깨는 늘 올라가 있었다. 스트레칭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몸을 움직이려면 부담이 앞섰다.
그러다 기초 요가 수업을 등록했다. 유연한 사람들만 하는 운동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더 늦기 전에 시작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난 지금,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1. 생각보다 몸이 굳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요가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내 몸이 이렇게까지 뻣뻣했나?” 하는 놀라움이다. 단순히 팔을 위로 올리는 동작, 허리를 숙이는 동작조차 쉽지 않았다. 특히 햄스트링과 어깨 주변이 많이 당겼다.
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내 몸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뻣뻣함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생활습관이 쌓인 결과였다. 요가는 그 사실을 천천히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2. 유연성보다 호흡이 더 어렵다는 걸 느낀다
요가 초보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다리 찢기가 아니라 ‘호흡 유지’였다. 동작에 집중하다 보면 숨을 멈추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강사는 계속해서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라고 말한다.
신기하게도 숨을 고르면 동작도 조금 편해진다. 뻣뻣한 사람일수록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호흡을 통해 그 힘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큰 변화였다.
3. 비교하는 마음이 줄어든다
처음 수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주변을 보게 된다. 나보다 훨씬 유연한 사람들을 보면 괜히 위축되기도 한다. 하지만 몇 번 수업을 듣다 보면 깨닫게 된다. 요가는 경쟁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의 내 몸 상태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비교하는 마음이 조금씩 줄어든다. 뻣뻣한 사람에게 요가는 유연성을 기르는 운동이면서 동시에 자기 인정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4. 작은 변화가 큰 성취감이 된다
요가를 시작하고 3주쯤 되었을 때였다. 전에는 무릎을 많이 굽혀야 했던 동작에서 조금 더 다리를 펼 수 있게 됐다. 남들이 보기에는 큰 차이가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확실한 발전이었다.
뻣뻣한 사람은 변화의 출발점이 낮기 때문에 작은 개선도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꾸준히 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긴다.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5. 일상생활에서의 자세가 달라진다
요가를 하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유연성이 아니라 자세였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허리를 세우는 습관이 생겼고, 어깨를 내리는 것을 의식하게 됐다.
기초 요가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척추를 길게 세우는 감각이 몸에 남아 있었다. 그 덕분인지 하루가 끝났을 때 느끼는 피로가 조금 줄어들었다.
뻣뻣한 사람에게 요가는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니라 몸을 쓰는 방식을 바꾸는 연습에 가까웠다.
6. 마음의 속도가 느려진다
요가 수업 마지막에는 항상 편안히 앉거나 엎드려 호흡을 정리하는 시간이 있다. 그 몇 분이 의외로 가장 인상 깊다. 바쁘게 흘러가던 생각이 잠시 멈추고, 숨소리만 또렷하게 들린다.
몸이 굳어 있다는 것은 어쩌면 긴장한 상태가 오래 지속됐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요가는 그 긴장을 조금씩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뻣뻣한 몸을 풀기 위해 시작했지만, 마음이 먼저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뻣뻣하다고 요가를 망설이고 있다면
유연하지 않아서 시작을 미루고 있다면,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뻣뻣하기 때문에 요가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동작이 어렵고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하지만 요가는 완벽한 자세를 요구하는 운동이 아니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무리하지 않고 호흡을 유지하며 반복하는 것. 그 과정에서 몸은 천천히 적응한다.
나는 아직도 유연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뻣뻣한 사람이 요가를 시작하면 생기는 가장 큰 변화는 유연성이 아니라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느리더라도 괜찮다. 어제보다 1cm 더 내려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그 1cm가 쌓이면 분명히 달라진다. 앞으로도 기초 요가를 꾸준히 이어가며 그 변화를 기록해볼 생각이다.